2023. 8. 31. 08:05ㆍTrendpulse/Interior
이젠 무엇을 더하느냐보다, 무엇을 빼느냐가 관건인 시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오리지널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한 '제로 음료' 가 나날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화려한 '뉴 머니' 스타일 대신,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 올드 머니' 패션이 사랑받는다. 또한, 신축 아파트를 선택할 때에도 획일적인 기본 인테리어 대신,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증가 추세다. 건설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인테리어와 가구 등을 선택하지 않고, 마감 공사만 마친 기본 골조만 있는 상태로 분양받아 옵션값을 아끼고 나만의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의식주 영역에서, 브랜드부터 공간까지, 이젠 무엇을 더하느냐가 아닌 무엇을 빼느냐의 전쟁이다.
의도적 음소거를 통한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공간들을 소개한다.
THE CONRAN SHOP TOKYO
올해 5월, 일본 도쿄의 다이칸야마에 오픈한 콘란샵은 동양적인 미학을 담아 와비사비, 미니멀리즘의 정수로 보여지는 공간이다.
일본의 세라믹 스푼을 담은 공간 속 곡선부터, 중국의 구리 찻잔, 그리고 태국의 라탄 가구까지, 품질 좋은 아시아의 디자인 제품들을 소개하는 공간인 이곳은, 편집샵이자, 갤러리이자, 차를 마실 수 있는 티 바 등 다감각적인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깔끔하고 매트한 마감, 동선의 자연스러움을 담은 곡선, 그리고 은은한 컬러감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통풍이 용이하고 빛이 가득한 공간으로 설계되어 다양한 아시아 나라들의 디자인과 공예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부드럽고 현대적인 주거공간의 분위기가 잘 반영되어있다.
The World of Volvo
스웨덴 예테보리에 건설중인 볼보의 새로운 플래그십 공간이다. 볼보 브랜드의 가치를 반영하고 그룹의 역사, 전통, 미래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공간 속 천연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곳은 스웨덴의 Allemansrätten 사상(모든 사람과 자연을 공유할 수 있는 기본권)이 반영되어 나무 형태를 닮은 건물과 산을 닮은 주변 환경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원형으로 설계된 공간 속에는 경량 소재의 통풍이 잘 되는 나무 구조체를 활용해, 공간 속 경쾌함과 동시에 친환경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덴마크의 디자이너 Henning Larsen의 설계 아래 22,000제곱미터 규모의 이 스칸디나비아풍 공간에는 전시회, 쇼, 이벤트 외에도 회의실, 이벤트 홀, 레스토랑까지 계획되어 있다. 서로 다른 층에 위치한 전시물들을 연결하는 조각 계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조물 사이의 공간은 비어있고, 이는 순환을 만들어낸다. 또한, 에너지 및 환경 설계(LEED) Gold 레벨 및 Well 인증 분야의 리더십을 목표로 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솔루션이 건물 내에 설치되며, 2023년 말 완공 후 2024년 초 개장 예정이다.
Aranya Hidden Place Hotel
혼돈의 사회 속 소비자가 지향하는 안정과 내면에의 집중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빠른 속도, 고밀도, 정보 과잉인 도시의 일상과 차별성을 두되, 정신을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정신적, 육체적 감각 모두에 몰입된 여행을 탐구한다.
이곳의 로비는 호텔이 커뮤니티 중심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천천히 휴식을 취하고 머무는 공간으로도 설계되었다. 건축가는 공간 수명 주기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빛과 자연 요소의 고의적인 터치와 반사를 통해 동양 미학에 뿌리를 둔 공간을 완성했는데, 여러 종류의 소재가 더욱 조화로운 공간 분위기를 완성한다. 특히, 찻집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로비공간은 어두운 석재와 부드러운 우드 프레임의 명암대비, 무게감의 조화와 은은한 간접광으로 공간의 첫인상을 완성했다.
Tel Aviv Coffee Organization Studio
어쩌면 '2050년의 카페' 같기도 한 이곳, 마치 겉과 속을 뒤집어 입은 스웨터 같다.
이스라엘에 위치한 이 카페는 노출된 석고, 자갈 바닥, 보라색 단열 폼이 드러나는 합판 의자 등 순수하고 세련되지 않은 과정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으레 당연시되던 마감들까지 지워낸 공간속에서 길쭉한 콘크리트 테이블, 매달린 선형 조명, 그리고 견고한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Lafayette Paris Jacquemus
마지막으로 이러한 비움은 컬러에 있어서도 인상적인 흐름을 보인다. 트렌드 조사기업 WGSN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속성과 다양한 활용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일년 내내 써도 질리지 않는 색상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렇게 미묘한 뉴트럴 컬러들은 펜데믹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가진다.
자크뮈스는 조형성과 컬러감을 강조한 브랜드다. 작년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오픈한 자크뮈스의 부티크 매장은 벽과 쇼케이스 전체를 덮은 폭신하고 부드러운 뉴트럴 소재로 공간에서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특히 매장의 벽, 문, 탈의실, 디스플레이 요소들 중 프로방스의 소재를 연상시키는 배게부터, 프랑스 남부의 풍경을 반영하는 점토 기반 소재인 테라크루다까지, 지역성을 반영한 세분화된 소재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덜어낸 공간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도 우리를 둘러싼 공간에서, 채움보다 비움에 집중하는 사회적 흐름에 발을 맡겨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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