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린이 그렇게 핫하다고?

2020. 5. 28. 14:53Design Story

 

Editor. H

 

 

 

 

 

2010년 초반, 한 때 화이트, 블랙, 실버, 메탈릭 컬러가 온 제품을 뒤덮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아이폰의 시대다. 바야흐로 2020년, 전과 달리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컬러에 더 관대해졌다.

우리는 그 가장 큰 이유로 모바일 라이프의 일상화를 꼽는다. 스크린을 통해서 이전보다 일상에서 컬러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각적인 강렬함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그런 자극을 찾는다. 수 년간 컬러 트렌드를 주시해 오면서, 최근 그 정점을 찍은 그린 컬러의 다양한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016, GUCCI 2016 SS 컬렉션   

그린이라 하면, 에코나 친환경을 떠올렸던 과거에 비하여, 그린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입힌 패션 브랜드가 있었으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영입 후, 세계의 주목을 받게된 Gucci 2016 SS 컬렉션이다. 미켈레의 구찌는, 레트로와 믹스매치, 기궤함과 맥시멀리즘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컬러를 천재적으로 사용해왔다. 특히 구찌의 전통적인 스트라이프 패턴에서 뽑아낸 레드와 그린을 과감하게 배색하여, 브랜드를 대놓고 드러내는 과감함을 보였고,이로 인해 이 화려한 그린은 동시대에 가장 독특하고 힙한 컬러로 떠오른다. 디자인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구찌의 이 컬렉션이 디자인 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2017 팬톤 올해의 컬러, 그리너리 

팬톤 올해의 컬러 2017, 그리너리 (클릭하면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이듬 해, 2017년, 팬톤이 올해의 컬러로 그리너리를 발표하하면서 그린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실생활로 들어왔다. 

어찌보면 진부하고, 어찌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시 떠오른 ‘자연의 색, 그린’. 사실, 친환경 컨셉의 그린은 다소 구식인 느낌이 있었지만, 세계 컬러 산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팬톤이 제시한 컬러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팬톤은 ‘바쁜 일상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색’으로 자연에서 영감받은 ‘그린’컬러를 올해의 색으로 선택했다.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활동이 늘고, 공기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와 함께 플랜테리어가 거대한 인테리어 트렌드로 떠올랐고, 보태니컬 패턴이나 그린을 다양하게 활용한 패브릭들이 인테리어에 적극 활용되었다.

 

 

 

 

2018, 현대카드 더 그린     

현대카드, 더 그린

2018년, 현대카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첫 럭셔리 카드로서 ‘더 그린’을 출시했다.

정해진 틀을 깰 줄 아는 사람, 자기만의 기준과 만족이 중요한 사람, 일만큼 여가도 치열하게 즐기는 사람. 현대카드는 '자기지향적 소비를 즐기는 세대'를 겨냥하여 이 카드를 내놓았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를 타겟팅한 엔트리 럭셔리 카드로, 그린 컬러가 얼마나 적절한가! 흔치 않아 특별하고,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며, 구찌 컬렉션에 자주 등장해서 트렌디해 보이는 화려한 그린! 당시 밀레니얼에게 가장 핫 한 브랜드인 구찌의 가장 핫 한 컬러를 담았다는 데서, 현대카드의 놀라운 통찰력을 읽을 수 있었다. “So, Gucci해” 라며 구찌의 파격적인 쿨함에 열광하는 밀레니얼을 정확히 공략한 컬러를 선택한 것이다.


 

 

 

 

2019, 아이폰11프로, 미드나잇 그린         

 

 

애플, 아이폰11프로, 미드나잇 그린  ⓒ HYPEBEAST

 

2019년 9월,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1프로의 미드나잇그린은 전자제품에서 그린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풀 수도 있나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통상적으로 전자제품은 자동차처럼 화이트/블랙/실버 또는 고채도 원색을 주로 사용해왔던 터라, 은은하게 드러나는 메탈릭한 그린컬러는 그 존재감을 잔잔하게 드러냈다. 아이폰의 플래그십 모델에 화이트, 블랙, 골드와 함께 당당하게 메인컬러로 자리잡은 미드나잇 그린은, 전자제품에서의 그린 계열의 컬러가 고급감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첫 발걸음이었다.

 

 

 

2020, 제네시스 GV80, 카디프 그린         

제네시스(GENESIS) GV80 디자인 콘셉트 영상  /  현대자동차그룹  /  2020. 1. 15. (클릭하면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마침내, 2020년 1월, 모든 이를 사로 잡은 컬러,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의 카디프 그린.

(카디프 그린과 브룬스윅 그린은 무광과 유광이라는 광택도 차이만 있다. GV80의 전 컬러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

이의 등장은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와 일반 고객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린을 자동차 메인컬러로 쓴 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을 뿐더러, 제네시스의 럭셔리 SUV인 GV80의 메인컬러로 그린을 선택했다는 것은, 기존의 자동차 컬러 공식과 개념을 완전히 흔드는파격적인 결정이었으므로,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은 기존의 틀을 넘어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고급 차종에는 차분하고 중후한 컬러를 사용한다는 공식을 넘어, 개성있으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브랜드 최초의 SUV라는 타이틀에 맞는 독특함을 표현하기 위해 전에 없던 새로운 컬러인 카디프 그린을 메인컬러로 선택한 것이다.

 

 

GV80 카디프 그린

KCC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카디프 그린 컬러를 개발 초기부터 함께 개발했던 도료사로써, 이 컬러 전체의 개발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보통 유색 컬러의 경우, 펄이나 메탈릭 안료가 들어가면, 빛의 산란 때문에 안료 특유의 오색찬란한 느낌이 있어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카디프 그린의 경우, 이러한 오색찬란함이 없고, 뉴트럴한 이펙트만 보일 수 있는 안료를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움이 느껴질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옐로감이나 블루감 없이, 그린의 순수성을 유지하면서도, 톤과 입자감의 조정만으로 깊이감을 부여해, 차분한 고급감을 만들어내는데 공을 들였다. 그린 컬러의 자동차라는 희소함이 GV80을 더 특별하게 보이게 한다. 트렌디한데 고급스럽기까지. 이것이 요즘의 럭셔리다. 

 

그러나 우리가 GV80의 카디프그린을 럭셔리한 컬러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컬러 매칭도 있겠지만, 차 출시 이전에 제품 CMF가 그린의 고급화를 향한 단계적 진전이 있었고, 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뒷받침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GV80의 카디프 그린의 개발이 출시로부터 2-3년 전인 2017-18년 즈음 시작된 것을 생각해보면, 글로벌 디자이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린에 주목하고 있었을 때임을 알 수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역시 과감한 컬러 사용의 기폭제가 되었던 사건은 구찌의 2016 SS컬렉션이었다고 보여진다.

 

 

 

2020, 삼성 비스포크, 딥그린          

[BESPOKE] 2020 NEW BESPOKE Panel Collection - 패널 소개 영상   /  Samsung Korea  /  2020.4.23 (클릭하면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었다.

인테리어의 경우, 유지되는 기간이 5~10년 이상으로 길 뿐더러, 유행을 타지 않는 뉴트럴한 컬러 톤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주거공간에서는 컬러를 소극적으로 사용해왔으나, 최근에는 굉장히 과감하게 사용되는 추세다. 2016년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컬러풀한 철제 가구나 패브릭 패턴, 월페인팅 등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또한 2016년 즈음부터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진을 찍었을 때 예쁘게 나오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면서 ‘컬러풀한 포토존’ 디자인이 상업/리테일 디자인의 메인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다. 동시에 상업과 주거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카페나 호텔인테리어를 홈인테리어가 취하게 되면서, 주거공간에서의 컬러 사용이 훨씬 더 과감해 진다.

여기에 2019년 6월, 삼성의 비스포크 냉장고가 출시되면서, 생활환경에서의 컬러는 완전히 취향중심으로 더욱 다양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변하게 된다.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글램 딥그린
2020 삼성 뉴 비스포크, 신규 컬러

처음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는 개성있는 냉장고의 존재감 그 자체를 알리는데 적합한 통통튀는 컬러로 구성되었다면, 올 해 4월, 추가 리뉴얼된 10가지 색상은 공간 인테리어와 조화로운 배색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 우리는 여기서도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딥그린에 주목해본다.

 

 

 

2020, LG 트롬 워시타워, 포레스트 그린           

이어 올 해 5월, LG전자의 트롬 워시타워는 기존의 화이트,블랙,그레이/실버에 이어 ‘포레스트 그린’을 포함한 신규 컬러 3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포레스트 그린은 톤다운된 저채도 그린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또 다른 신규 컬러 코랄 핑크와 샌드베이지가 솔리드한 파스텔톤의 솔리드 컬러인 것과 다르게, 포레스트 그린은 미묘한 입자감으로 질감을 표현했다. 메탈릭한 바디감에 그린 컬러가  틴티드되어 컬러감이 살짝 부여된 정도.

LG 트롬 워시타워 - 릴리 화이트, 스페이스 블랙, 포레스트 그린, 코랄 핑크, 샌드 베이지 순
LG 트롬 워시타워, 포레스트 그린

 

 

 

 


 

 

 

이번 포스팅에서는 특히, 그린 컬러에 주목해서 컬러 트렌드가 분야를 넘나들어 어떻게 제품에 적용되는지 살펴보았다.

KCC는 도료사로서, 소재와 메탈릭의 시대를 지나 컬러의 시대로 회귀하는 이 흐름이 반갑다. 동시에 스포티하게 혹은, 럭셔리하게라는 감성을 담기 위하여 컬러에 특별한 스토리와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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