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어디까지 써봤을까?_Vol.1

2020. 7. 17. 08:21Design Story/Home Appliance

글.Editor. Y

 

 


“ 아낙네의 한을 씻겨준 터전 “

 

 명화의 소재로 흔히 접하던 ‘빨래’는 의복을 입기 시작할 무렵부터 여인들 전유의 상징이었다. 빨래터는 수다의 장이자 한(恨)을 씻어내는 터전, 모든 소식통들이 오고 가는 뉴스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그만큼 빨래라는 행위와 관습은 하나의 문화로 잡리잡혀 왔다. 꿈에서도 빨래하는 꿈은 길몽으로, 가지고 있던 근심 걱정을 해소하는 것을 의미할 정도로 우리에게 세탁의 정의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해소의 수단임을 가리키기도 한다. 

 

 

“ 오래가는 소재가 제일 “

 

긴 역사를 뒤로하고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던 20세기 초반 무렵에는 과거에 한을 씻어내던 빨래 터가 하나의 사물로 전환된 시기였다. ‘세탁기’의 탄생은 여성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혁신적인 사건이 되었다. 특히 현(現) 세탁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이 독일 밀레(Miele)에서 탄생하면서 세탁 방법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세탁기'란 정의는 17세기 영국에서 특허 등록되었다.) 이때의 세탁기는 리얼 우드를 조립하여 제작한 것으로 내구성이 뛰어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컬러도 실제 우드 소재라는 점에서 밝은 톤부터 어두운 톤까지 옐로, 카키, 브라운톤이 주류였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한 대로 진화를 거치기 전(前) 세대는 디자인보다 기능이 우선이었다. 

 

세탁기의 초기 모습과 광고 / ©Pinterest

 

1960년대  전 세계 가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GE 가전의 색상이 백색인  'White Goods'로 자리 잡으며, 생활가전은 = '백색가전'이라는 정의가 세계적 인식으로 고착화되었다. 한번 구매하면 오랜 시간 사용해야 하는 가전제품의 특성상, 어느 인테리어에서도 잘 어울려야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압박감을 주지 않는 편안한 색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전의 청결을 강조하는 의미로 백색, 혹은  백색과 가장 가까운 파스텔(Very Pale, Pale계열 색상)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1969년 국민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던 때, 국내에서도 최초의 세탁기가 등장한다. 당시 금성사(現. LG전자)에서 출시한 모델명 ‘WP-181(일명:백조 세탁기)’의 등장은  ‘백조’란 의미에서 알 수 있듯 ‘하얗고 깨끗한’ 이미지로 제품에 대한 편익을 소구 하였다. 세탁기의 디자인과 컬러도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할 수 있는 아이보리 계열의 솔리드 컬러를 적용하여 깨끗하고 튼튼한 이미지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1969 국내 최초의 세탁기 금성 백조 (동영상 재생)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고속 경제 성장과 함께 핵가족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화하며 그녀들의 사회 활동도 활발해지는 것은 국내 생활가전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오래가라고 만든 플라스틱 베이스”, “이건 녹 안 슬고 오래가라고 만든 것”이라는 광고 멘트와 같이 제품에 적용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소재 마감은 제품의 디자인적 측면보다 기능과 실용성을 소비자에게 인식되기 위해 강조되었다. 물론 솔리드 계열의 스카이 블루, 민트 그린, 옐로 등 지금 다시 유행하고 있는 감각적인 컬러로 구성된 아이러니함이 존재한다. 업계는 이때까지를 세탁기 디자인의 태동기로 본다. 

 

 

 1980's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컬러가 반영되기도 하였다 (LG전자 제공)

 

“ 기능의 중요성을 만든 여성 사회활동 “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가족 형태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는 가사 노동 시간 축소와 더불어 그 역할을 분담해주는 기능성 가전의 열풍을 가져왔다. 단순 자동 세탁을 중심으로 다루었던 기능이 ‘통돌이’, ‘공기방울’ 등 각기 다른 성능으로 등장하며 고기능성 제품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로 세계 경제 강국 초읽기에 돌입하게 되자 백색 가전 트렌드도 점차 서구화의 영향을 받으며 디자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세탁기의 대표주자이던 통돌이를 예로, 형태에서 비롯된 디자인의 변화도 과거 넓고 각진 박스 형태보다 길어진 몸체 높이에 에지(Edge) 부문을 곡선 형태로 하여 부드러운 세련미를 보여주었다. 또한 기존 솔리드 색조 중심에서 골드, 로즈골드, 실버 등 펄감을 첨가한 컬러 라인업을 구성, 제품이 가진 기능적인 면과 더불어 시각적으로 고급스러움과 심미적인 요소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2000년대로 넘어오며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완연한 디자인 오브제 시대를 열게 된 세탁기의 변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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